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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와 정년연장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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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72회   댓글 0건 작성일 20-06-2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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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30년 만기 정기적금에 가입했다.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다. 당신은 땀흘려 일했고, 결혼했고, 아이를 낳았으며 집도 장만했다. 그리고 이제 은퇴와 함께 인생 2막을 그려본다.

언제 받을까 싶었던 적금은 요긴한 종자돈이 될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은행에서 당신과 면담이나 합의도 없이 만기를 5년 늦춰버렸다. 퇴직을 했고 적금을 넣을 수도 없다. 급여는 적지만 어렵게 새 일자리를 구했고 5년을 연명하며 기다려 보기로 한다.

그렇게 몇 년 뒤, 은행은 다시 2년을 더 늦추려고 한다. 마치 제논의 역설을 강제로 실증당하고 있는 듯 하다. 기력도 예전만 못하고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걱정스러울 뿐이다.

그 은행은 '국가'다. 적금은 국민 개개인이 선택할 자유가 없는 국민연금이다. 그렇기에 하소연 하기도 쉽지 않다. 처지를 고려해 달라고 하면 나라를 생각하지 않는 파렴치한으로 몰릴 수도 있다. 정의로운가?

미래 세대를 위해 감내해야 한다고도 한다.그리고 그 미래 세대에는 내 아이들도 포함된다. 감내하면, 미래 세대인 내 아이들은 나와 같은 일을 겪지 않게 될까?

그렇지 않다. 낡은 시스템은 급변하는 컨텐츠를 담기엔 늘 부족하며 현실과의 격차는 계속 벌어질 뿐이다.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것이다. 폐기하거나 또는 운영체제부터 싹 갈아 엎어야만 미래를 얘기할 수 있다.

지난 30년의 축적된 결과물들은 폐기를 쉽게 선택할 수 없게 한다. 그래서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현실에 맞춰 운영체제를 손보려 하니 여기저기서 말이 많이 나온다.

다시 적금을 가입했던 과거로 돌아가 보자. 나도 국가도 30년은 일할 수 있을 거라는 전제로 통장을 개설했다. 그리고 나는 30년간 다달이 성실하게 계약을 지켜왔다. 그리고 이제 국가는 장기간 변화에 대한 예측이 부족했음을 깨닫고 계약을 변경한다.

국가는 내게 5년 더, 2년 더 일할 수 있다고 설득한다. 나는 빨리 새로운 삶을 시작해 보고 싶지만 '미래 세대를 위해'라는 말에 수긍해 주기로 한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공인된 일할 수 있는 나이, 즉 '정년'은 요지부동이다. 그걸 내가, 국민 개개인이 바꿔야 하는 건가?

정년이란 국가와 계약한 적금, 즉 국민연금에만 연관된 게 아니다. 보험금의 계산, 의료비와 노인복지 등등 수많은 분야에 발을 걸치고 있다. 그걸 국민이 알아서 고치라 한다면 그건 국가가 아니다. 국민을 지키지 못하고 국민의 뜻에 반하는 국가는 존재할 수 없으니까.

따라서 국가가 할 것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왜 내가, 일부 국민들이 요구하는 정년 연장인 양 책임과 비난을 떠넘기려 하는가? 나는 더 빨리 새 삶을 시작하고 싶지만 나라와 미래를 위해 좀 더 '희생'하려는 것 뿐인데 강제로 급여를 줄이는 임금피크는 또 웬말인가!

평균수명을 얘기하지만 '평균'일 뿐, 각자의 사정을 보면 누군가는 더 빨리 인생 2막을 시작해야 할 사람도 있다. 그들이 국가를 믿고 계획했던 행복 추구권을 함부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강제된 정년 연장에 임금피크가 마치 대안인 것처럼 여겨져서도 안 된다. 그건 국가가 묵인하는 폭력에 다름 아닌 것이다.

계속 '미래 세대를 위해' 라는 말이 목에 걸린 가시 같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웠다. 지금 잠시 보류한 정의는 언젠가는, 후세에는 반드시 더 큰 이자를 청구한다는 걸. 한 국가의 시스템이 왜 이지경이 됐는지 철저히 밝히고 반성하며, 언 발에 오줌이 아닌 진정 먼 미래를 위한 과감한 결단과 책임있는 자세를 국가, 정부에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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