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면하소서 백기완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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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9회 댓글 0건 작성일 21-02-16 08:46본문
2021.02.16
고교시절, 대선 포스터에서 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정치는 전혀 몰랐던 순진한 눈은 여러 후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선함을 봤는지, 꼭 대통령이 되시길 바랐었지요.
스무 살 어른이 된 뒤로 님의 시에 곡을 붙인 노래를 부른 게 몇 번이었는지는 차마 헤아릴 수 없을 겁니다.
정의를 쫓는 여정 곳곳에서 직접 뵙기도 하고, 혈기뿐이던 빈 그릇에 무거운 가르침을 담을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습니다.
박근혜 탄핵을 외치며 광화문에서 청와대로 향하는 길에서 님을 마지막으로 뵀습니다.
지팡이를 짚으시고 몇몇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시며 천천히 걷고 계셨지요.
서글픔이 반가움을 추월해 가슴을 온통 적셨습니다.
뭐라 인사 말씀을 드렸는지는 그때 눈물과 같이 기억에서 말라 지워졌네요.
이제 앞서 가신 님께 또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아득하니, 그저 산 자는 묵묵히 따르겠다 다짐할 뿐입니다.
이곳에서 생이 평안하셨는지 여쭐 수 없지만, 이제 님께 영원한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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