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0.3Cm, 그래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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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3회 댓글 0건 작성일 20-05-30 19:57본문
2020.05.30

시속 0.3Cm! 달팽이나 굼벵이도 아마 이보다는 빠를 것이다. 이십오 미터를 움직이는 데 거의 일 년이 걸렸던 사람, 김용희 선배님께서 어제저녁 땅을 밟았다. 어쩌면 속도는 그보다 훨씬 느릴 수도 있다. 인생의 절반 가까운 세월 이십육 년, 지난했던 그의 복직투쟁은 가히 역사가 된 것이다.
회사는 사과문을 통해 장기간의 고공농성을 속히 해결하지 못해 죄송하고, 해고 이후 겪은 고통과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회사의 노력이 부족해 그와 가족분들이 겪은 아픔에 대해 진심으로 위로 하며 조속히 건강을 회복길 바란다고 밝혔다.
판결에 참고할 수 있다는 재판장의 말에 냉큼 설치한 준법감시위원회, 앞으로 '무노조 경영'이란 말이 나오지 않게 하겠다는 얼마 전 발언, 그리고 당일 아침 검찰이 이재용을 재소환하자 언론에 떠들썩하게 발표된 늙은 해고 노동자에게 사과와 합의, 이어진 저녁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지상으로의 복귀. 이는 정해진 결말을 갈구하며 빠르게 진행되는, 한 편의 잘 짜여진 시나리오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배경과 결말이 궁금하고 일견 예상되기도 하지만, 오늘은 그저 이십오 미터의 전진에 감격하는 것 만으로도 족하다. 앞으로 가야할 거리가 얼마나 멀 지 몰라도 결국은 도착할 것이라는 희망과 믿음을 가슴에 새기며...
김용희 선배님,
또한 곁을 항상 지켜 주신
또 한 명의 해고 노동자 이재용 선배님과
격려와 도움을 아끼지 않으셨던 모든 님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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