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거짓 사과에 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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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5회 댓글 0건 작성일 20-05-06 19:58본문
2020.05.06
자녀에게 승계하지 않겠다고 하면 아버지로부터 당사자에게로 승계는 면죄부를 받을 거라고 생각했을까요? 아니면 준엄한 법이 파기환송까지 하면서 엄중히 단죄하고 있는 중인데도 아예 무시하고, 이미 끝난 거 어쩔건데 하는 식으로 배째라고 하는 걸까요? 또한 이것이 이름도 거창하게 출범시킨 준법감시위원회가 준 고액의 훈수였을 지 궁금합니다. 묻고 싶지만 대통령조차 피하지 않는 질문도 받지 않은 채 총총히 등 돌린 건, 어쩌면 습관이겠거니 해야겠습니다. 법도 다스리지 못하는 자신에게 감히 누가 질문 따위 토를 달겠는가 생각했을 테지요.
그저 무감한 목소리로 읽혀지는 문장을 통해 그는 법과 윤리를 엄격하게 준수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무슨 법을 누가 어떻게 왜 준수하지 못했던 건지 내용이 없었습니다. 노조 '문제'라고 했는데, 문제가 아니라 범죄라는 인식을 가져야 옳겠습니다. 또한 상처 받은 사람이 누구이고 어떤 피해를 입었으며 최선의 회복을 위해 언제까지 무엇을 하겠다는 것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는 단 한 명도 만나 보지 않은 채, 대체 누구에게 무얼 사과한다는 걸까요? 형식에서도, 내용으로도 분명 이것은 사과문이랄 수 없는, 그저 더는 깔아 뭉갤 수만은 없는 법을 한 번 더 피해 보려는 비굴한 변명의 나열일 뿐인 것입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그가 연예인이 되고 있던 그 시간, 가까운 강남역 사거리에서는, 노조를 만들다 탄압 받고 해고 당하고 기나긴 시간 끝에 일터로 복귀시키라는 법의 판단을 받았던 늙은 노동자가 높은 철탑 위, 반 평도 안 되는 공간에서 피해와 명예를 복구하라는 외침을 수 년째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한 편에선, 노동조합 탄압의 범죄를 주도하고 가담했던 임직원들이 사내 규정으로 정한 해고 등의 중징계 대상임에도 여전히 회사에 적을 두고 원근에서 수발 들면서 과거 범죄자들이 승진하며 승승장구 했듯이 그들 역시 출세의 고속도로를 탔다는 성취감 만끽하고 있었으니 통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듯 진심 없는 낱말들의 향연 말미를, 그는 감히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는 뜬금 없는 포부로 장식했습니다. 우리나라를 전 세계 민주주의의 귀감으로 우뚝 서게 한 것은 끝없이 깨어나는 시민의식의 힘이었으며 지금의 삼성을 일군 주역들 역시 한 명 한 명의 직원들이었습니다. 일부 모사와 가신들, 그리고 그들 뒤에 가려진 주군에 의해 꾸려지던 나라와 기업은 이미 낡은 시대의 유물입니다. 현세에 진정 대한민국이라는 초일류 국격에 맞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면, 어쨌거나 내가 보스고 내가 어찌 해 보겠다는 오만과 아집을 내려 놓고 스스로 낮은 곳을 찾아 직원들의 동참을 호소하는 절실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는 진심으로 노동조합을 동반자로 인정하고 적극 협조하며 협력할 때 비로소 갖춰질 수 있는 것입니다.
사과문이라 쓰고 변명만 가득 풀어 놓은 이재용씨에게 진정한 사과의 의미를 깨달아 모든 잘못을 털어 놓고, 피해자들을 만나 용서를 빌고, 최선의 회복과 재발 방지, 그리고 노동조합과의 협력 강화를 위한 모든 일들을 실천하는 진짜 사과를 요구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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