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11
4년 전, 삼성전자는 프린터 사업부를 분사 시키더니1년 뒤엔 끝내 HP로 매각했습니다. 최근 이건희 회장 작고 후엔, 그룹의 구도가 요동칠 거라는 전망과 언론 기사도 적잖았죠. 혹여 '내가' 갑자기 이런 상황에 처하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프린터 사업과 함께 우리 곁을 떠나신 천 명이 넘는 옛 동료분들께서는 늦게나마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깨닫고 현재는 전부에 가까운 분들이 HP노동조합으로 단결했고, 삼성을 상대로 통상임금, 퇴직금 등 관련 소송도 굳세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온고지신'을 그저 글로만 배워 알고 있다면 '무용지물'이겠죠. 오늘은 분할, 인수합병, 매각 등 노동조건을 급격히 바꿀 수 있는 것에 우리가 무엇으로 대비하고 지킬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아래 세 개 회사의 단체협약안을 한 번 비교해 보시죠.
A회사 단협안
회사는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분할, 합병, 양도, 휴업 하고자 할 때는 사전에 조합에 통보한다.
B회사 단협안
회사는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의 분할, 합병, 양도로 인하여 조합원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경우 사전에 조합과 협의한다.
C회사 단협안
회사는 피 합병, 양도 또는 분할매각 등을 하고자 할 때에는 계약체결 90일 전에 조합에 통보하여 충분히 협의하며, 고용관련 문제는 합의하고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사항을 승계한다.
1.고용 및 근속년수
2.단체협약 및 제반 노동조건
3.노동조합 및 기타 노사 합의한 사항
"나 회사 팔기로 했어 (알아서 살 길 찾아 가셔~)" 라고 하면 되는 A회사부터, 끝까지 단협을 지켜내려는 C사까지, 현재 실존하는 모습을 간략히 보셨습니다. 나와 우리를 끝까지 지킬 수 있는 건 어느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프린터 사업부 분사와 최종 매각, 노동조합이 태동했던 그 시기, 분주한 사측의 중심에 있던 인사팀장(상무)도 매각과 함께 HP로 옮겨 갔죠. 그런데 작년 초 , 뜬금없이 '레이크사이드'라는 골프장 대표로 취임합니다. 삼성물산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소위 '삼성'골프장 중 하나죠.
유사하게는 노조탄압 범죄에 연루됐던 한국총괄 소속 프로님께서 갑자기 삼성경제연구소로, 그것도 무려 '수석'연구원으로 이직하신 사례도 있군요. 마음건강을 연구하고 상담하신다는데, 직접 상담 받기는 어려울 듯 싶고 골프장의 저런 좋은 풍광 보면서 힐링하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ㅎㅎ
회사가 어떤 사람을 끝까지 지키는지는 이런 팩트를 알려드리는 것으로 갈음해도 괜찮겠습니다. 그러면 우리를 지키는 건 뭘까요? 스스로 위 사례에 해당된다고, 혹은 회사와 혼자 맞짱 뜰 수 있는 기백이시라면 뭐라 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